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인지장애의 평가 및 치료
요약
양극성장애 환자는 기분 증상의 영향에 의한 인지장애 외에 관해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의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이며 심지어 발병을 하지 않은 양극성장애 환자의 가족이나 친척에서도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난다는 결과가 알려지고 있다.
아직 양극성장애 환자의 인지장애의 원인과 그 치료 방법은 분명하지 않으나 일부 약물치료와 전기경련치료,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서론
진료 중에‘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인지기능 저하를 호소하는 양극성장애 환자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과거 Krapeline이 조기치매(dementia praecox)와 조울병(manic-depressive insanity)을 구분한 이후, 양극성장애가 조현병과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양극성장애는 삽화에서 회복되면 인지기능을 포함한 증상이 모두 관해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양극성장애에서도 지속적인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는 결과가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연구들에서는 양극성장애를 포함한 기분장애에서 인지장애는 치료 약물이나 기분 상태에 의한 2차적인 상태가 아니라 핵심적인 질병의 특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이 글에서는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인지장애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들을 개략적으로 알아보고, 그 평가와 치료 방법에 대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양극성장애 환자의 인지장애 및 그 평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양극성장애 환자 중 거의 절반 가량이 한 가지 인지기능 영역의 장애를 보이며, 1/3 이상의 환자가 2가지 이상의 인지기능 영역의 장애를 보인다. 이러한 인지장애는 기분의 변화와 관련 없이 나타나는, 즉 형질 특성으로 보이는데, 그 정도는 조현병에 비해서는 덜하다.
표 1. 양극성장애 인지기능 평가 연구에서 사용되는 인지기능의 영역과 검사도구 | ||
Domain | Tool | |
Premorbid IQ | Single-word reading score from the North American Adult Reading Test (NAART) Wide Range Achievement Test (WRAT) Vocabulary subtest score from the 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 (WAIS) | |
Current IQ | 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 (WAIS) | |
Psychomotor and mental speed | Digit Symbol Substitution Test (DSST) Trail Making Test-A (TMT-A) Reaction time test | |
Attention | Continuous Performance Test (CPT) Digits Forward | |
Working memory | Digits Backward | |
Verbal memory | Learning | California Verbal Learning Test (CVLT) |
Short delayed recall | Rey Auditory Verbal Learning Test (RAVLT) | |
Long delayed recall | Wechsler Memory Scale-Logical Memory (WMS-LM) | |
Recognition | Free recall | |
Nonverbal memory | Rey Complex Figure Test (RCFT) – Immediate and delayed recall Wechsler Memory Scale-Visual Reproduction (WMS=VR) | |
Visuospatial function | Block design Rey Complex Figure Test (RCFT) – copy | |
Language/verbal fluency | Controlled Oral Word Association Test (COWA-FAS) Animal Naming (AN) | |
Executive function | Wisconsin Card Sorting Test (WCST)—Categories achieved and perseverative errors Stroop Color Word Test (SCWT) Trail Making Test-B (TMT-B) | |
Social cognition and theory of mind | Benton Facial Recognition Test (BFRT) Faces Test (FT) Eyes Test (ET) Hinting Task (HT) False belief and deception tasks Picture sequencing Character intention tasks Faux Pas | |
Fountoulakis KN. Neurocognitive impairment and evidence-based treatment options in bipolar disorder. Ann Gen Psychiatry 2020;19:54. 에서 인용 | ||
표 1(상단 참고)에서는 양극성장애의 인지기능 연구에서 흔히 사용되는 인지기능의 영역과 그 검사방법을 정리하였다. International Society for Bipolar Disorders(ISBD)에서는 두 가지의 선별도구를 권고하고 있다. 첫 번째는 Screen for Cognitive Impairment in Psychiatry(SCIP)이고, 두 번째는 Cognitive Complaints in Bipolar Disorder Rating Scale (COBRA)이다. SCIP는 15분 이내에 시행할 수 있는 간략화한 인지기능 검사도구이며, 즉각 및 지연 언어성 학습, 작업기억, 언어 유창성, 정보처리속도를 평가한다. COBRA는 자기보고식 도구로 양극성장애에 특화된 전반적 인지 상태를 평가한다. 만약 여기에서 인지적 어려움이 나타나면 종합적 인지기능 평가를 시행하게 된다.
양극성장애 환자의 지능지수(IQ)는 최소한 정상인과 차이가 없다. 그러나 병전 상태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양극성장애 환자에서는 정신운동속도의 지연과 주의력의 장애가 양극성장애의 초기부터 나타나며, 작업기억을 포함한 학습과 기억, 언어 기술(verbal skills), 시공간적 기술(visuospatial skills)의 장애 역시 확인되었다. 수행능력(executive function)의 경우, 양극성장애의 각 시기 전반에 걸쳐 추론을 제외한 여러 영역에서 상당한 저하를 보이며, 특히 간섭조절(interference control)과 억제조절(inhibitory control) 측면에서의 손상이 심하다. 사회인지(social cognition)와 마음이론(theory of mind)은 상황에 따른 역할과 반응을 이해하고 적절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연구에서는 주로 얼굴 표정에 대한 인식과 처리를 이용하여 평가한다. 양극성장애 환자에서는 급성기에 마음이론의 분명한 장애가 나타난다.
양극성장애 치료약물의 영향
양극성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양극성장애의 경과 중에 나타나는 인지장애를 비교할 때 중요한 교란변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관해된 상태에서는 인지기능의 저하가 질환의 경과 때문인지 혹은 치료약물의 영향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lithium은 기억과 정신운동기능을 저해할 수 있으며, 주의력이나 부호화(encoding)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장기 회상(long-term recall)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하지만, 초발 조증에서 회복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lithium 치료를 받은 환자군이 valproate나 quetiapine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 비하여 언어 유창성, 작업기억 과제 등에서 더 나은 수행능력을 보여, lithium은 조증 환자의 인지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관해된 환자들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는 lithium이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결과와 그렇지 않다는 결과들이 혼재하는데, 양극성장애에 사용되는 다른 약물들에 비하여 주의력, 기억력, 그리고 대부분의 수행기능 측면에서는 lithium의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극성장애의 유지치료에 사용되는 lamotrigine은 소아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작업기억과 언어성 기억을 호전시킨다. 성인 환자에서는 인지기능의 호전이 증상의 호전과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lamotrigine은 valproate나 carbamazepine에 비하여 인지기능 측면에서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Valproate는 정서 처리(affective processing)와 주의력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lithium에 비해 전반적으로 인지장애를 더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항정신병약물은 정상기분(euthymic)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언어성 기억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항정신병약물을 투여받은 환자가 과거력상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거나, 입원치료를 받았거나, 조증 증상이 더욱 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임상적 경과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명확한데, quetiapine은 risperidone에 비해 인지기능을 더 저해한다는 연구, 장기적으로 다른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에 비해 인지기능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연구, 장기 투여시 경미하지만 인지기능을 호전시켰다는 연구, 정상기분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quetiapine이 olanzapine이나 risperidone에 비하여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이 가장 적었으며 정상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 등이 혼재하고 있다. Olanzapine은 급성기 조증 환자에서 valproate에 비해 추론(reasoning), 문제 해결, 기억과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호전시켰고, 위약에 비해서도 인지기능을 호전시켰는데, 이는 조증 증상의 감소와 연관되어 있었다. 반면 quetiapine에 비해서는 언어성 기억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Risperidone은 저용량에서는 주의력, 작업기억이나 장기 기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다른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에 비해 수행능력과 언어성 학습의 장애를 유발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 Aripiprazole은 청소년과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주의력과 수행능력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성인 대상의 장기 연구에서는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급성기 삽화 치료시에 약물은 기분 증상의 호전을 통해 인지기능을 호전시킨다. 정상기분 시기에 치료 약물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요인이 관련되어 분명히 말하기 어려우며 질환의 경과와 약물의 영향을 구분할 수 있는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기분 삽화의 재발이 인지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장기간 안정된 기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인지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인지기능의 궤적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인지기능의 장애는 흔하다. 인지기능의 장애는 양극성장애 발병 이전부터 나타날 수 있고, 급성기 기분 삽화와 함께 분명해지기도 하며, 상당수의 환자에서는 정상기분으로 관해된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발병 전 인지기능에 이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를 긍정하는 결과와 부정하는 결과가 혼재하지만, 전반적으로 조현병과는 달리 분명한 병전 인지기능 저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록 인지기능 장애 그 자체에 의한 것은 아닐지라도, 초기 발달 단계의 지연이나 학업 문제가 정신병적 증상의 동반이나 조기 발병과 같은 양극성장애의 심각한 표현형과 관련될 수 있다. 즉, 일부 연구에서 양극성장애가 발병한 사람에서 소아기 발달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은 높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양극성장애 환자 전체를 볼 때 발병 전 인지기능 장애가 선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극성장애 환자의 가족과 같은 고위험군 코호트에서는 언어성 학습, 기억, 처리 속도, 수행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정상대조군에 비해 일관되게 저하되어 있다. 환자의 발병하지 않은 성인 형제나 자녀는, 양극성장애가 흔히 발병하는 연령에 도달하였거나 이미 그 연령을 지난 경우, 그리고 아직 호발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모두에서 인지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즉, 고위험군에서는 양극성장애의 발병 여부에 관계 없이 인지장애가 나타난다.
즉, 양극성장애의 인지장애는 최소 부분적으로라도 유전성이 있으며, 신경발달 과정에서의 이상 또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전구기의 경우에도 정상대조군에 비해 저조한 수준의 인지기능을 보인다는 결과 또한 보고되었다.
그림 1. 양극성장애 환자의 장기적 인지기능장애의 변화*
양극성장애가 발병한 경우, 첫 삽화에서 회복한 정상기분 상태에서도 모든 인지 영역에서 저하가 나타난다 (그림 1). 그리고 발병 연령에 따라 인지장애의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한 경우에는 성인기에 발병한 경우에 비해 언어성 학습이나 정보처리 속도가 저조할 수 있다. 또한 삽화가 반복되면서 인지기능 장애는 더욱 심해진다. 즉, 양극성장애에서 나타나는 인지장애는 반복적인 기분 삽화에 의한 생물학적 독성의 축적으로 인하여 진행되는 경과를 보인다. 일부에서는 인지장애의 진행은 질환 자체의 경과라기보다는, 잦은 재발과 유전적 취약성을 포함하는 심한 양극성장애의 표현형의 일부로 심한 인지장애가 나타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근 장기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는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인지기능의 악화가 분명하지 않다고 보고되기도 하여, 아직 이에 대한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조현병 환자에 비해서 양극성장애 환자는 상대적으로 소아청소년기에 정상적 인지기능을 보인다. 양극성장애 환자의 인지장애는 증상 발생 이후 분명히 나타난다.
Fountoulakis KN. Neurocognitive impairment and evidence-based treatment options in bipolar disorder. Ann Gen Psychiatry 2020;19:54. 에서 인용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인지증상의 치료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나타나는 인지증상에 대한 약물의 치료 효과 연구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소수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galantamine은 삽화 기억(episodic memory)에, 경비(intranasal) insulin은 수행기능에, mifepristone이 공간성 작업기억(spatial working memory)에, ketamine은 언어성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pramipexole이나 lurasidone 또한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약물 이외에도 전기경련치료(electroconvulsive therapy)가 약물치료와 유사한 정도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치료 역시 기분 증상에 대한 효과와 독립적으로 인지기능을 개선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정신치료 중에는 인지재활치료(cognitive remediation)나 기능재활치료(functional remediation)가 흔히 적용되며, 이들 역시 인지기능의 호전에 어느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양극성장애 환자의 인지장애는 기분 증상과 같은 질환의 다른 요인들과 어느 정도는 독립적으로 나타난다. 양극성장애 환자의 인지기능 평가는 대부분 연구를 위해 개발된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하여 시행되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간단한 도구를 사용한 인지장애의 조기 평가는 향후 임상 진료의 일부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International Society for Bipolar Disorders에서는 관해 상태의 모든 양극성장애 환자들에게, 삽화에서 관해된 이후 2-3개월 시점, 그리고 매 5년마다 인지기능 평가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인지장애를 치료하고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확립된 방법은 없으며, 일부 연구에서 시사되는 치료 효과의 근거 또한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양극성장애 치료약물의 영향과 질환의 경과 혹은 잔류 증상의 영향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양극성장애 환자 진료시 인지장애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정기적으로 평가하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재발로 인한 추가적 인지장애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가능한 개입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인지장애로 인한 환자의 기능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Fountoulakis KN. Neurocognitive impairment and evidence-based treatment options in bipolar disorder. Ann Gen Psychiatry 2020;19:54.
Van Rheenen TE, Lewandowski KE, Bauer IE, et al. Current understandings of the trajectory and emerging correlates of cognitive impairment in bipolar disorder: An overview of evidence. Bipolar Disord 2020;22:13-27.
Xu N, Huggon B, Saunders KEA. Cognitive impairment in patients with bipolar disorder: impact of pharmacological treatment. CNS drugs 2020;34:29-46.
Gualtieri CT, Morgan DW. The frequency of cognitive impairment in patients with anxiety, depression, and bipolar disorder: an unaccounted source of variance in clinical trials. J Clin Psychiatry 2008;69:1122–1130.
Martino DJ, Strejilevich SA, Scapola M, et al. Heterogeneity in cognitive functioning among patients with bipolar disorder. J Affect Disord 2008;109:149–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