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섭 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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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불황과 정신건강

    경제 불황은 사회구성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울, 불안, 자살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특히 중년기 남성, 심리적 취약성 등의 개인적 소인이 관련되어 있으며, 사회복지체계 또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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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ANGECRUSH
    Dec 23, 2024
    경제 불황과 정신건강

    요약

    경제 불황은 사회구성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울, 불안, 자살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특히 중년기 남성, 심리적 취약성 등의 개인적 소인이 관련되어 있으며, 사회복지체계 또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적극적 사회의료적인 개입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최소화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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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

    전 세계적인 COVID-19로 인한 공급망의 붕괴와 수요-공급의 불균형, 통화량 증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시점이다. 이는 스페인 독감과 제1차 세계대전에 이은 대공황이 나타나던 20세기 초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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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의 급격한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연구들이 시행되었다. 특히 자연적 혹은 사회-경제적 재해 상황에서 우울, 불안, 트라우마 관련 질환 등 정신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지금, 정신건강에 어떠한 부정적 결과들이 나타날지 미리 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이 글에서는 과거 경제적 불황이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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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침체(Great Recession) 시기에 대한 연구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었던 대침체(Great Recession), 또는 소공황(Lesser Depression)은 2007-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이어지는 세계금융위기를 뜻하는데, 이 시기에 대한 연구들은 갑작스런 경제 위기가 정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스페인의 연구에서는 2006년-2010년의 기간 중 주요우울장애의 유병률은 28.9%에서 47.5%로, 기분부전장애의 유병률은 14.6%에서 25.1%로, 불안장애의 유병률은 11.7%에서 19.7%로, 신체형장애는 14.8%에서 21.4%로, 공황장애는 9.7%에서 15.7%로 증가하였고, 알코올 의존 또한 0.2%에서 2.7%로 증가하였다. 영국의 연구에서 우울과 불안을 선별하기 위한 도구인 General Health Questionnaire-12(GHQ-12)를 이용하여 평가한 정신질환 문제의 유병률은 2008년 13.7%에서 2009년 16.4%로 증가했다가 2010년 다시 하락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에서 남성의 경우 경제 위기로 인해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였으나 여성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리스의 연구에서도 2011년 상반기에는 2010년 상반기에 비해 자살률이 40% 증가하였다.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성은 무직 상태, 실직, 재정적 불안정성, 이민자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50-64세 집단에서 경제위기 중 실직은 우울증상의 발생률을 28% 증가시켰다. 유럽의 연구에서는 이 시기 노인 우울증의 발병 위험성은 23% 증가하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단에서는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노인 우울증의 위험성이 22% 높아, 경제적 수준이 낮은 경우 경기침체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절은 층에서 노인에 비해 경기침체의 영향을 더욱 심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노인보다는 중년층에서 비용 문제로 인해 의료 이용이 감소하여 더욱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대륙의 조사 결과를 종합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가장 흔한 정신질환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중년 남성에서 그 위험성이 높았다. 자살 위험성 또한 남성에서 증가하였으며, 특히 사회복지체계가 취약한 국가, 그리고 가족관계가 소원한 국가에서 위험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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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ckhaus 등은 경기침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크게 두 가지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긴축정책으로, 재정 적자를 관리하기 위해 복지, 교육, 의료 등에 대한 예산을 감축하는 긴축정책을 시행하는 경우 정신건강 문제가 명백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는 고용 불안정으로, 실직은 경제침체기 정신질환 문제의 주요 유발인자이며 자살의 위험성 또한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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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경제적 불황 시기에는 노동 시장의 부정적 변화에 의해 해고나 휴직이 증가하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며, 임금과 연금이나 기타 금융소득 또한 감소하여 스트레스와 부정적 정서가 증가한다. 고용이 유지되는 경우에도 근무 시간이 줄어들거나 업무량이 증가하고 안전이나 복지 등에 대한 고려가 줄어들고, 계약직이나 시간제 근무자가 증가하며, 기존 고용이 유지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고용에 대한 경쟁 심화 및 이전에 비해 악화된 조건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스트레스, 걱정, 공포, 불안, 예민함, 상처받은 느낌, 좌절, 분노, 지겨움, 무가치감, 수치심, 슬픔, 우울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한다. 영국과 미국의 연구들에서는 경제 위기가 자해와 자살 행동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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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들에서 응답자들은 경제적 변화가 재정적 어려움을 통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는데, 필수적인 재화(식료품, 의약품,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공과금이나 신용카드 대금 납부가 어려워지며, 주거가 불안정해지는 것 등이 주된 요인이라고 하였다. 이 외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실제적인 상황 보다 더 스트레스와 불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는데, 미래의 실직, 증가하는 채무, 압류에 대한 걱정, 정부 보조금 감소에 대한 불안 등과 본인과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흔한 불안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활동이나 건강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보통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의식주나 의료 등 필수적인 영역에서 소비를 감소시키는 것이 중대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여겨지지만, 이 외에 쇼핑이나 외식, 여행과 같은 필수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영역의 소비 감소 또한 사회적 고립감을 증대시키고 사회적으로 실패했다는 느낌을 주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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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경제적 변화가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고용 상태이다. ‘백수’라는 낙인(unemployment stigma), 즉 직업을 가져야 개인이 사회적으로 역할을 하는‘괜찮은 사람(good person)’이라는 편견은 여러 연구들에서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활동의 상실은 수치심과 부적절감을 경험하게 하고, 그 결과 낙담과 무가치감을 유발하여 자해나 자살에 이르게 한다는 결과들이 제시된 바 있다. 경제 침제기에 자살이나 자해시도를 한 사람들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기의존성(self-reliance)을 보였으며, 자살시도로 입원한 환자들은 세상에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 밖에 없다고 느꼈고, 현재 상황에 대해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될까 봐 어려움을 표현하지 못하며, 도움을 청하는 것을 사회문화적 기대를 저버리는 것으로 여기는 특징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 역시 이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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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인이나 가족과의 관계가 변하는 것 또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실직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자녀의 정서적 안정에 부정적일 수 있고, 또한 독립했던 자녀들이 경제적 문제로 부모와 다시 함께 살게 되면 부모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어 부모의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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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적 의의

    경기침체기에는 우울증, 자살과 자해 등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한다. 이는 특히 남성, 정년퇴직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연령대, 저학력, 불안정한 고용상태, 경기침체 이전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등의 인구사회학적 집단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인구집단은 경기침체와 관련 없이 정신건강과 관련된 지원을 적게 받는 집단이며, 경기침체와 관련되어 자살한 사람들은 경기침체와 관련 없이 자살한 사람들에 비해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기침체와 관련된 자살/자해 환자들은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려는 자기의존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자원이 부족하고, 따라서 다양한 지지체계를 이용하지 않고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는 특징과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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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임상의사들은 부정적 생활사건을 경험했던 경우, 자기의존성이 높은 경우, 사회적 지지가 적은 경우, 최근 실직하였거나 장기적 실직상태인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등 취약성이 있는 환자를 대할 때 정신적 문제를 더욱 상세히 평가하고, 필요한 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환자들은 일견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관계가 없는 호소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특히 정신신체적 증상, 기존 증상의 악화, 만성 통증, 불면, 불안, 자극 과민성, 대인관계 갈등 등은 경기침체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환자들이 정신건강에 대한 도움 보다는 경제적 도움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와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이러한 환자들에게 정신과적 개입을 시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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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이 글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 해고, 연금이나 사회복지 수당의 감소가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는 직접적 영향 이외에도 낙인효과나 통제감 상실, 수치심 등을 통해 사회적 위축이나 대인관계 갈등, 우울, 불안, 자살 등을 유발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의료,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증진시키고, 경기침체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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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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