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우울장애 환자에서 자살 예방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정신과, 교신저자: 우 영 섭
Department of Psychiatry,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서론
주요 우울장애는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의 하나이다. 미국 등 서양의 통계에 의하면 여자의 경우 10-25%, 남자의 경우 5-10%의 평생 유병율을 보이며 최근 그 유병율과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1). 또한 우울증 삽화 사이에도 남아 있는 잔류 증상은 환자의 기능화 전반적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2). 주요 우울증에 의해 초래되는 장애는 8대 주요 만성 질환에 의한 것 이상이라고 평가되며 15% 정도의 주요 우울증 환자는 자살을 결행하여 사망률도 상당한 정도에 이른다(3). 우리나라의 경우 평생 유병율이 3-5% 정도로 외국에 비해 낮게 보고 된 바 있으나 유명인의 잇따른 자살과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감소에 따라 최근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울증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70% 이상의 대부분의 자살은 우울증에 의한 인지적 왜곡으로 인해 현실적 판단을 할 수 없고 자유 의지나 정신적인 자율성이 손상된 상태에서 감행된다(4).
따라서 비록 자살을 초래한 우울증 자체의 배경에서 사회 심리적 요인을 찾을 수 있다하더라도 '존재론적 자살' 이나 '철학적 자살'은 극히 일부이다.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로는 우울증의 과거력, 자살 시도의 과거력이 중요하며 생물학적 요소로 남성, 노인의 경우 많이 발생한다(5).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은 우울증과 같은 관련된 주요 정신 장애를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예방 가능하다는 것이다(6).
우울증 환자의 증가에 따른 급격한 자살율 증가에 대해 스웨덴의 저명한 학자는 '우리는 우울함의 시대에 접어든 것인가?' 하는 탄식을 하였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우울증의 유병율이 증가하고 우울증을 유발할만한 심리 사회적 요소들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자살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6)
이러한 다양한 논점들에 대해 본 고에서는 주요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 예방 및 치료에 대해 고려할 점들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본론
주요 우울증 환자의 자살 행동에 대한 치료와 예방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자살 원인의 복합성을 인지해야 하며 따라서 각 개인이 처한 위험 요소들을 고려하여 정신 사회적, 정신 치료적, 정신 약물학적 방법 등 다양한 치료 방법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울증의 진단을 명확히 하는 것과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가장 기본이 됨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 행동 예방을 위해서는 항우울제의 적절한 사용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과 의사들은 항우울제가 우울증의 증상을 호전 시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관련된 자살 확률도 호전 시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임상적 가정은 항우울제 치료에 의해 우울증 증상이 감소함에 따라 자살 사고 역시 감소한다는 연구들에 의해 입증되었다(7).
특정 항우울제가 자살 사고를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 시행된 연구에서 Montgomery 등은 mianserin, amitriptyline, maprotiline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전체적인 항우울 효과의 차이는 없다고 하였다(8). 그러나 자살 사고 감소에 있어서는 mianserin의 경우 amitriptyline이나 maprotiline에 비해 유의하게 큰 자살사고의 감소를 보였다.
자살 시도를 한 환자 뇌척수액에서 HIAA 농도가 감소되었고 심각한 자살 시도일수록 더욱 감소가 심했다는 Asberg에 의한 발견(9) 이후 자살의 세로토닌 부족 이론이 제기 되었다. 이 이론에 근거하여 자살 사고를 치료하는데 있어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이하 SSRI)가 다른 항우울제에 비해 더욱 효과적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었다. 이에 대한 첫번째 연구는 Montgomery등에 의해 시행되었다(10). Zimelidine과 amitriptyline을 사용한 연구에서 전체적인 항우울 효과에 비해 빠른 자살 사고 감소를 보여 위의 이론과 일치하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세로토닌 부족 이론은 이후 fluvoxamine, imipraime, 위약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입증되었다(11). 항우울제 치료는 모두 효과적이었으나 fluvoxamine 군에서 더욱 빠른 자살 사고 감소를 보였고 두 가지의 항우울제 모두 위약에 비해 우울 증상 개선과 자살 사고 감소 면에서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 이러한 소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그 결과는 아직 확실하게 일치하지 않고 있다. paroxetine과 amitriptyline을 비교한 다기관 연구에서는 두 군 간에는 자살율 감소의 차이가 없었고(12) paroxetine을 사용한 연구 결과들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는(13) paroxetine을 tricyclic antidepressants(이하 TCA)와 비교했을 때 paroxetine이 자살 사고 감소에서 우월한 결과를 보였으며, SSRI인 fluoxetine에 대한 또 다른 메타 분석 결과 자살 사고 감소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14).
이러한 연구 결과 간 불일치들에도 불구하고 자살과 SSRI간의 이론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간접적 증거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SSRI가 자살 사고를 치료하는 데 있어 우월하다는 흥미로운 임상적 이론은 쉽게 부인되어서는 안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자살 사고를 가진 우울증 환자들에 있어 SSRI가 다른 항우울제들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결과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15-18).
그러나 일부 환자들의 경우 그 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SSRI 치료에 의해 역설적으로 자살 사고와 행동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에(19) SSRI를 자살 위험 환자에 사용 시 이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자살의 예방을 위한 또 다른 효과적인 치료로 lithium을 들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의 높은 사망률을 예방적 lithium 투여로 거의 일반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었다(20). lithium은 항우울제의 부가적 치료로 이용되거나 항우울제 비반응군을 반응군으로 전환시켜주는 효과뿐만 아니라 세로토닌계에 영향을 주어 자살을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된다(21,22). 일상적으로 음용하는 음료수의 lithium 농도가 높으면 자살율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 또한 이러한 소견을 뒷받침한다(23). Lithium에 대한 이러한 비교적 분명한 소견들과는 달리 기타 기분안정제(mood stabilizer)들의 자살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Hitherto등은 주요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의 우울증 에피소드 모두에서 carbamazepine이나 valproate가 자살 감소 효과를 보인다는 증거는 없다고 하였다(24).
자살의 예방에 있어 또 한 가지 간과하지 않아야 할 부분으로, 미진한 치료가 우울증 환자 자살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25).
일반 임상의들은 우울증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환자들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처 능력은 부족한 형편이다. 외국의 경우 일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우울증 환자 중 50% 미만이 적절한 진단을 받으며 더욱 소수만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다는 보고도 있다(26). 반면 50% 이상의 자살 환자들이 자살 무렵 일차 의료 기관을 방문 한다(27). 헝가리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낮은 우울증 진단율로 인해 높은 자살율을 보이던 것이 우울증 진단율이 높아지며 자살율이 낮아진 예도 있었으며 스웨덴의 경우 자살자중 15%만이자살 시도 당시 적절한 항우울제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28).
우울증 치료의 효과를 저해하는 또다른 요소로 우울증 환자들의 낮은 약물 순응도 역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많은 항우울제들의 효능은 여러 장, 단기 연구에서 보고 되어 항우울제 치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 중 65-75%가 임상적으로 유의하게 호전되었고 40-50%의 환자는 완전 회복 되는 등 잘 입증되어 있으나 임상 연구에서 관찰된 이러한 높은 효용성을 제한된 연구 대상군이 아닌, 복잡한 임상적 양상을 보이는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것이 임상의사의 어려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또한 우울증 환자 치료에 있어 임상의사의 어려움으로는 우울증의 특성상 지속적인 만성 경과를 밟는다는 점과 재발을 잘 한다는 점이 있다. 즉 많은 환자들이 재발을 반복하면서 점차 삽화가 장기화되고 증상은 더욱 심해지며 삶의 질 또한 저하된다. 이에 따라 3회 이상의 우울증 삽화가 있었을 경우나 두 가지 이상의 재발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 등 재발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예방적 치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Melfi등은(29) 치료 순응도와 재발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4025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진단 받고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한 이후 2년간에 걸쳐 코호트 조사를 시행하였고, 이 결과 약물 순응이 재발율을 현저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재발을 가장 많이 보인 군은 조기에 약물 치료를 중단한 환자들이었다. 항우울제 치료의 조기 중단은 재발의 위험을 77%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 중 상당수는 장기적인 예방적 항우울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이러한 치료가 조기에 중단될 경우 재발의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에서 약물 순응 또한 우울증 환자의 재발로 인한 자살의 예방을 위해 유념해 두어야 할 부분이다.
우울증 환자의 약물 치료 이외에 정신 치료적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경도에서 중도의 우울증의 경우 인지 행동 치료가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평가된 바 있다(30). 이 연구들은 전체적인 항우울 효과에 대한 평가에 집중하여 자살에 대해 특별히 접근하지 않았다. 인지 행동 치료의 자살 방지 효과에 대한 유일한 연구는 Salkovskis등(31)이 시행하였다. 이 연구에서 자살 시도를 한 2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지 행동 문제 해결 훈련을 시행하였고 치료 6개월 후 치료를 받지 않은 군에 비해 자살 시도가 감소하였다(p=0.049). 또 다른 실제적인 연구도 시행되었는데 자살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담당 의사를 규칙적으로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Motto(32)는 자살 시도를 한 862명의 대상으로 5년간 24차례 담당 의사를 방문하도록 한 이 연구를 시행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적은 환자들만이 재차 자살 시도를 하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후에는 자살율이 다시 상승하여 대조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Morgan등(33)이 212명의 자살 시도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연구에서 이들은 환자에게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지 의사와 병원에서나 전화로 접촉할 수 있게 하는 'Green Card'를 주었다. ‘Green Card'를 받은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자살 시도가 감소하였다. De Leo등(34)은 노인들에게 하나의 버튼만 누르면 의사와 통화할 수 있는 송신기를 주었고 이 외에도 일주일에 두 차례 규칙적으로 의사와 전화 통화를 하게 하였다.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같은 나이의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적은 수의 대상자만이 자살 시도를 하여 자살율을 낮추는 데 있어 의사와의 밀접한 접촉이 중요함을 입증하였다.
결론
자살은 의학적, 사회적, 철학적 등 여러 가지 측면의 문제들이 연관되어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본 고에서는 이의 임상적 접근 및 치료 방법에 대해 논하였다. 자살율은 지난 수십년간 상당한 정도로 증가하여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 우울 장애로 인한 자살은 예방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살 가능성을 사전에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울증과 자살 사고, 자살 계획, 자살 시도 등에 대한 자세한 면담과 더불어 환자의 개인적 상황, 경제적 상황에 대한 정보 또한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한 정확한 진단과 약물 선택, 정신 치료적 접근이 자살 예방에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임상적 기술의 습득은 우울증 환자를 자살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임상의사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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