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길을 준비합니다” 박원명 명예교수가 전하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마음을 다해 마음을 치유하는
우영섭 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입니다.
우영섭 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박원명 명예교수는 정신건강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이름을 알 정도의 권위자입니다. 그간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알고리듬과 지침서(KMAP-BP·2002),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알고리듬과 지침서(KMAP-DD·2003), 양극성장애 교과서(2009), 우울증 교과서(2012), 임상신경정신약물학 교과서(2009) 등의 초판 대표저자를 맡거나 정기적인 개정판 발간을 이끌었던 실적 덕분입니다. 심지어 지난 2005년 창립을 주도한 양극성장애 전문 연구 포럼 'Korean Bipolar Disorders Forum'(KBF)에서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간 수행해 온 연구 과업도 방대합니다. ▲양극성 조증 환자에서 Risperidone의 효능에 대한 연구(81개 기관) ▲우울증 환자에서 Paroxetine CR의 효능에 대한 다기관 연구(16개 기관) ▲우울증에서 Tianeptine의 효능, 조울병에서 Aripiprazole의 효능 연구 ▲조울병에 국내 사용 허가된 5 종류 AAP인 RSP, OZP, QTP, ZIP, ARP에 대한 각각의 다기관 임상 연구 ▲양극성 우울증에서 1097명을 대상으로 한 quetiapine의 효능 연구 등 대규모 다기관 약물 임상연구을 주도해왔죠. 본인 스스로 ‘평생 과업으로 여겼던 과제를 모두 마무리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지난 40년을 쉼없이 달려왔던 그는 올해 초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퇴임한 후 우영섭 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개원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여전히 분주합니다. 2013년부터 준비해 온 조울병 단행본을 편찬하고, 성인 ADHD 중장기 프로젝트 및 TF 활동도 이어가는 중인데요. 다른 대학병원의 영입 제안을 마다하고 임상 현장으로 넘어와 과제를 수행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박원명 명예교수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 지난 이야기: ‘우울조울병학회 명예의 전당 제1호’ 박원명 명예교수가 그리는 다음 행보는? (클릭)
Q.
대학에 머물지 않고 개원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정신건강의학과 개원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전문의 취득 후 바로 개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중견 교수들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나 공부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임상 중심 학술 연구도 흥미로운 분야인데, 개원가 위주의 논문도 가능하다 보니 이를 위한 개원가 학술협의체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대한정신약물학회 내에도 개원가 학술 모임을 만들 계획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개원가 위주의 학술 연구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클리닉 중심 학술연구가 많습니다. 일부는 임상 4상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동일질환에 대한 오리지널-제네릭에 대한 비교 임상도 이뤄집니다."
Q.
개원가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A. 개원가에서는 실제적인 임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임상현장 그 자체인 셈입니다. 실질적인 데이터를 생산하고 거기에 맞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정신건강의학 관련 학회에서도 개원가와의 학술 교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견 교수들의 개원이 늘고 있는데, 이들이 개원가의 임상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술적 접근을 이끌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 역시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아보겠습니다.
Q.
국내에서 진행 중인 정신건강의학 세부 분과 연구에 대한 성과를 알려주세요
A. 각 관련 학회 내에는 부문별 연구회가 결성돼 있고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며 점점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권에서는 한국이 독보적이며, 유럽 학회와 견줘도 우위에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학회의 노력은 오늘날 사회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울증만 해도 과거와는 달리 낙인효과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관련 학회들이 오랜 시간 애쓴 결과입니다.
Q.
앞으로 편찬하실 교과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요?
A. 지금까지 우울증 교과서와 조울병 교과서를 펴냈는데, 이번에 영문판 교과서 편찬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스프링거 출판사와 연결돼서 올해 연말까지 세부 수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출간할 예정입니다. 책 구성은 기본적인 교과서 양식을 따르면서 흥미로운 섹션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항우울제는 과연 우울증에 효과가 있나' 같은 도발적 주제를 다룰 계획입니다.
Q.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우울증이 늘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A. 우울증 예방 대책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단적인 결론을 내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중·고교 교육시스템부터 접근해야 합니다. 성적 지상주의, 부족한 윤리교육 등 얘기할 게 많습니다. 사회적 담론 역시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를 감별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노인우울증입니다. 데이터가 굉장히 부족합니다. 치매를 연구하는 의사들은 많지만 노인우울증은 그렇지 않습니다. 노인층은 대부분 다제 약물을 복용하기 때문에 노인우울증에 대한 약물 가이드라인도 필요합니다. 미개척 분야이고 연구도 많지 않기 때문에 개원가에서 집중해서 살펴 볼 부분입니다.
치매 환자는 인지능력이 떨어지지만, 노인우울증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데 약 처방은 전혀 다릅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개원가 중심으로 노인우울증 데이터를 생산하다보면 의미있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약물 상호작용을 고려한 고령층에 맞는 노인우울증 약물 처방 가이드라인도 도출할 수 있습니다.
Q.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처방 약물의 중독성·의존성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요?
A. 의외로 정신과 약 중에 중독성·의존성이 있는 약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성질환의 경우 평생 약을 먹겠다는 마음가짐인데, 정신과 약물은 끊을 준비부터 합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요즘 약이 너무 좋습니다. 진료 때 환자에게 약에 대한 확신을 주려고 합니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약으로 충분히 질환이 개선됩니다.
의사 역시 약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수면 장애 치료에서 항우울제 계열에 좋은 약이 있는데도, 일부에서는 처음부터 졸피뎀, 스틸녹스 성분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나중에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학회 활동은 정신 질환을 제대로 알리고 낙인을 낮추고, 없애는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약물에 대한 환자 교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질환에 대해 장기적인 유지 치료가 필요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약을 반드시 드시도록 합니다. 긍정적인 것은 요즘 환자들의 이해도가 높다는 사실입니다.
Q.
신진 의학자나 후학들에게 어떤 기대를 하시나요?
A. 학문 발전을 위해서는 뒷받침하는 새로운 후학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지금 아무리 잘 운영되는 분야도 후학들이 없으면 도태됩니다. 신진 의학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합니다.
개원가 젊은 선생님들은 펠로우를 거치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학술 강연을 맡기면 호응이 큽니다. 이 분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제 몫입니다. 스스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느끼는 젊은 의사들에게 다른 선생님들의 경험과 역량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개원의 스스로 독립적으로 학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대로 개발해 주고 지원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저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프로이트 책을 접한 후, 세상은 모든 게 정신 세계를 위해서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과였지만 정신 영역에 대한 끌림이 의대로 향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정신과를 지원했습니다.
전문과를 선택할 때 유행하는 트렌드를 좇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이 좋아하는 분야가 트렌드와 맞으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정신의학을 공부하는 경우 지금의 트렌드보다는 10∼20년 후 학문으로서 발전 가능성을 살피고 판단해야 합니다. 의사로서 국민과 학문을 위해 할 게 있는지 여부가 판단의 가늠자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환자를 진료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거기에서 기쁨을 느끼고, 경제적 안정은 자연스레 뒤따라온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앞뒤가 바뀌면 의사로서 행복할 수 없습니다.
우물처럼 깊은 우울로부터
환자의 마음을 길어올립니다
우영섭 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