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우울증의 상호 관련성
요약
비만과 우울증은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고, 여기에는 유전적, 심리사회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HPA 축 이상, 인슐린 혹은 렙틴 저항성, 염증성 신호전달체계 등의 신경생물학적인 이상과 같은 다양한 기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비만과 우울증의 관련성을 이해함으로써 이 두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환자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론
오래 전부터 우울증은 식욕 및 체중, 수면과 활동 패턴의 변화를 동반하여 비만 및 과체중을 유발할 수 있고 비만은 부정적 신체상 및 자존감 저하, 비적응적 스키마 등에 의해 우울증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과 비만의 연관성이 시사되었다. 최근의 역학 연구들은 비만과 우울증 상호간의 동반이환율이 높으며, 상호 발생의, 즉 우울증은 향후 비만 발생의, 그리고 비만은 향후 우울증 발생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우울증과 비만의 상호 관련성에 대한 기전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에 이 글에서는 우울증과 비만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최근의 여러 연구의 결과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역학 연구에서 나타난 우울증과 비만의 관련성
횡단적 연구들은 비만과 우울증의 연관성을 시사하나, 그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17개의 횡단적 연구들에 대한 메타 분석 연구 결과 우울증과 비만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성별에 따라 나누어 분석하였을 경우, 상관관계는 여성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 남성에서는 유의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또한 20개의 횡단적 연구들을 종합한 체계적 고찰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여성의 경우 비만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되었으나, 남성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고,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시행된 연구들에서는 남녀 모두에서 비만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비만이 향후 우울증의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향적 연구 결과에서는 비만이 향후 우울증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여성에서 그 위험성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비만 환자에서의 우울증 위험성의 증가가 다른 교란 변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높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비만이 향후 우울 증상의 발생 위험성을 약 2배 증가시켰고,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들에서는 비만이 향후 우울증을 예측하였지만 유럽에서 시행된 연구들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등 사회문화적 요인 또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 자체뿐만 아니라 동반된 대사성 질환 여부가 우울증의 위험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 또한 보고되고 있다.
반대 방향인 우울증이 향후 비만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가 시행되었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기의 우울증/우울 증상이 성인기의 비만을 유발한다고 하였으나, 반면 일부 연구자들은 청소년기 우울증이 이후 BMI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에 발표된 메타 분석 연구에서는 우울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서는 향후 비만이 나타날 위험성이 우울 증상이 없는 경우에 비하여 유의하게 높았고, 이러한 위험성은 특히 청소년 여성에서 높게 나타나 이에 해당하는 우울증 환자에서는 체중에 대한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유전 연구에서 나타난 우울증과 비만의 관련성
우울증과 비만에는 모두 유전성이 영향을 미친다. 주요우울장애의 유전율(heritability)는 0.35로 나타나며 체중의 유전율은 0.7-0.8 정도이다. 대부분의 우울증과 비만은 다유전자 유전성을 보이는데, 비만과 관련된 유전 변이 중 20%는 우울증과 연관성이 있고 특히 일부 비만 관련 유전자가 우울증과 비만 모두에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 또한 시사된다. 유전적 특성과 우울증, 대사성 질환의 관련성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세로토닌계가 우울증과 섭식 행동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세로토닌 전달체 유전자의 특정 다형성은 스트레스성 인생 사건에 노출된 후 우울증의 발병에 영향을 주며, 동시에 비만이나 과체중과도 연관되어 있다.
우울증과 비만: 매개 변인의 영향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역학 연구들에서 우울증과 비만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으나, 성별, 사회문화적 요인, 신체 활동과 같은 매개 변인의 영향 역시 배제하기는 어렵다. 사회인구학적 변인 중에는 성별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여성과 낮은 소득 수준이 비만과 우울증의 동반 이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심리사회적 요인 중에는 여성의 경우 분노, 슬픔, 흥분성 등이, 남성에서는 낮은 대인관계 효율성, 외로움, 비효율적인 갈등 해결 등이 우울증과 비만의 연관성을 매개한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부정적 신체상, 체중과 관련된 편견/낙인, 그리고 사회적 관계 및 대인관계의 부족 또한 우울증과 비만 모두에 공통적으로 관련된 요인이다.
이러한 결과는 식생활의 영향일 수도 있는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트레스나 부정적 기분이 어떤 사람에서는 식욕과 체중의 증가를 일으키기도 한다. 스트레스 동물 모델과 우울증 환자 모두에서 구미에 맞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찾는 행동이 나타난다. 달콤하고 지방이 많은 음식이 기분을 개선시킬 수 있으며, 구미에 맞는 음식의 섭취는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기 때문에 이러한 섭식 행동의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나 부정적 기분과 섭식 행동의 연관성은 오피오이드 및 도파민 보상체계에 의해 조절되는데, 보상체계의 반복적 자극은 적응을 유발하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강박적으로 과식하게 하며, 그 결과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그 결과 식욕이 증가하여 비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비만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효과에 대해서 건강 관련 경로와 외모 관련 경로라는 두 가지 행동 경로를 제안되고 있는데, 건강 관련 경로는 기능적 장애와 자신의 건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을 의미하며, 외모 관련 경로는 편견, 낙인, 신체상에 대한 불만, 반복적 식이조절 행동 등과 같은 비만의 부정적 심리적, 행동적 측면이 특히 여성에서 우울증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우울증과 비만은 비만의 심각도, 성별, 편견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 심리적 특성, 섭식 행동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매개될 수 있으며, 이를 이해함으로써 우울증과 비만 환자에게 좀 더 적절한 개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생물학적 원인론에 의한 우울증과 비만의 관련성
우울증과 비만은 여러 신경생물학적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HPA 축 이상, 인슐린 혹은 렙틴 저항성, 염증성 신호전달체계 및 산화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과 비만의 상호 연관성을 매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PA 축의 이상과 우울증의 관련성은 잘 알려져 있는데, HPA 축의 기능 이상 및 코르티솔의 증가는 비만의 병태생리에도 기여한다.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의 경우 코르티솔에 의한 음성 되먹임 기전이 손상되며, 그 결과 스트레스에 의하여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한다. 증가된 코르티솔은 전지방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을 촉진하여 지방세포의 과형성을 유발하며, 그 결과 지방의 축적과 체중 증가가 나타나게 된다.
렙틴은 지방세포 유래 호르몬 중 하나로 체내 지방의 비율에 따라 증가한다. 렙틴은 식욕을 저하시키고, 비만을 감소시키는 영향을 하기도 하지만 동물 연구에서는 항우울 효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 인간 대상 연구에서는 렙틴과 우울증의 연관성이 확립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우울증의 렙틴 가설”에서는 렙틴 농도가 높은 비만 환자에서 렙틴에 대한 반응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2형 당뇨병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는 것처럼 비만 환자에서는 렙틴 저항성이 유발되며, 말초 렙틴 농도는 증가함에도 중추 렙틴 기능은 저하된다는 것이다. 즉, 렙틴 농도 자체가 아니라 렙틴 신호 전달의 저하가 우울장애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에서도 렙틴이 중추신경계로 운반되는 과정의 이상, 렙틴 수용체의 기능 저하, 그리고 렙틴 수용체의 여러 아형 중 뇌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렙틴 수용체 신호 전달의 장애 등 다양한 기전에 의하여 렙틴 신호 전달이 저해된 것으로 보이며, 비만 환자에서 나타나는 렙틴 저항성은 우울증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비만 및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만에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된 경우 우울증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며, 우울증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 역시 메타 분석으로 입증되었다. 인슐린은 대뇌 피질, 해마, 소뇌, 시상하부, 후각망울(olfactory bulb) 등에 주로 분포하는 수용체에 결합하여 기능을 나타내는데, 인슐린 수용체를 통한 신호전달은 우울증의 병태생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인슐린은 성장인자로 작용하기도 하며, 동시에 다른 성장인자를 증가시킨다. 따라서 인슐린 저항성은 중추 인슐린 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기분을 조절하는 주요 뇌 부위에서의 신경가소성을 손상시킨다. 이 외에도 인슐린 신호전달 체계는 도파민에 의한 신경전달을 조절하고 혈중 인슐린 농도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전달체의 기능에 영향을 주어 결국 세포 외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농도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여러 연구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인슐린 저항성은 비만과 우울증에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염증성 신호전달도 비만과 우울증 모두에 관여하는데, 기본적으로 비만은 전신적 만성 염증 상태이다. 비만에서는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 증가, 면역계의 활성화 등을 통해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염증성 신호전달이 증가되어 있다. 비만에서 염증의 증가에는 다양한 기전들이 관여한다. 또한 간, 췌장, 근육과 같은 여러 조직들에서도 염증성 변화를 유발는데, 예를 들어, 염증성 변위가 일어난 간세포에서는 대사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며 쿠퍼세포 또한 염증성 표현형으로 치우치게 된다. 비만을 유발하는 섭식 행동과 간의 대사 변화가 동시에 작용함으로써 혈중 염증성 매개체가 증가하여 비만에 의한 대사성 염증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장내 세균총 변화가 비만에 관여할 가능성 또한 시사되고 있는데, 특히 염증성 및 대사성 기전, 그리고 체중 항상성 유지 측면에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뇌 역시 이러한 전신적 염증성 반응의 영향 하에 있다. 또한 비만에서는 염증성 신호와 뇌의 양방향성 신호전달 체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말초의 염증에 대한 혈액-뇌 장벽의 보호가 약화되며, 염증성 매개체를 생산하는 중추신경계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되어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활성산소종을 생산한다. 비만 환자에서 면역반응의 증가에 특히 영향을 받는 뇌의 부위는 시상하부로, 말초의 대사성 신호인 렙틴, 인슐린, 그렐린 등에 반응하여 에너지 항상성과 체중을 조절하는데, 이러한 조절 기능이 비만에 의한 신경염증성 변화에 의해 교란된다. 우울증에서도 염증성 생체표지자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상당수 시행되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증가가 우울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우울증 환자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 등이 증가함이 알려졌다. 사이토카인에 의한 우울 증상 유발효과는 단가아민계 신경전달의 교란, 신경세포 성장 및 생존의 저하, 그리고 HPA 축 변화 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염증은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NMDA 수용체를 통하여 흥분독성을 유발하고, 그 결과 BDNF 생성을 저해한다. 게다가, 사이토카인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는 기분 조절 부위인 전전두엽과 편도체에서 아교세포에 손상을 일으킨다. 사이토카인은 신경가소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 이외에도 기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HPA 축 기능을 교란시켜 우울증과 관련될 수 있다.
결론
비만과 우울증 사이의 상호 관련성에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기전들이 작용한다 (그림 1)
그림 1. 비만과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비만은 염증성 변화, 산화 스트레스, HPA 축 기능 이상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하여 우울증과 관련되어 있다. 비만과 우울증은 이러한 기전들에 의하여 양방향적으로 상호 발병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여기에는 렙틴, 인슐린, 염증성 신호전달, HPA 축 기능 이상 등이 포함되어 우울증과 비만을 병태생리적으로 연관시킨다. 또한 비만과 우울증의 관련성에는 이러한 생물학적 기전 외에도 다양한 행동적, 사회심리학적 요인들 또한 공통적으로 작용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비만과 우울증의 관련성은 실제 임상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비만 우울증 환자에서는 항우울제 치료 경과가 좋지 못하고, 체중 감소가 우울 증상의 호전을 유발하거나 우울 증상의 호전이 체중 감소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만 환자에서는 우울증의 동반 여부를, 그리고 우울증 환자에서는 비만 여부를 평가하고 그 치료 목표에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비만과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들에서는 섭식 행동과 같이 이 두 가지 질환에 모두 영향을 주는 요인들 또한 평가되고 치료되어야 하며, 추가적 체중 증가를 예방하기 위한 개입 또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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